<10월 7일 오후 7시-10시. 형광등 켠 하자센터 999클럽은 섭씨 99도. 상큼의 일기> (오늘은 제 생각을 담아 주절주절 일기형식으로 써봤어요^^)
*만일 당신이 우주가 되고자 한다면 당신의 마을을 노래하십시오, 이것은 문학에서 진리이고, 음악에서도 진리입니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진리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마을을 알아야만 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톨스토이
#1. 나와 사회를 생각한다.
‘나’란 존재는 이 세상에서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닐까? 60억 인구 가운데 한 명일 뿐인 내가 잘 하고 못하고가 과연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끼칠까? 나란 존재를 세상에 강렬히 각인시키고 흙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연 세상에 남은 몇 사람이나 나를 기억할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회의적인) 고민들. 그렇지만 체인지메이커 아카데미 4강을 맡아주신 성공회대 김찬호 선생님(교수님이시지만 ‘선생님’이란 호칭이 다가가기 더 정답기에)의 “우리의 삶과 세상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말씀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무언가 바꿀 수 있을까?’ 조금 막막해 하던 모두의 가슴에 깊은 메아리가 되었다.
현대 사회문제의 원인이 복잡해지고 해법도 난해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찬호 선생님은 인구증가, 수명증가, 익명화, 거대화, 개인화가 그 원인이라고 하신다. 인구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게 되면서 우리네 삶의 공간은 점점 거대해져 왔다. 과거에 작은 마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할 때는 서로 신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거대한 도시 속에 파편화된 개인들은 타인을 쉽게 믿었다가는 ‘사기 당하기 딱 알맞다’고 할 만큼 신뢰기반이 약한 사회를 ‘헤쳐나가듯’ 살고 있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우리의 생계기반인 자본주의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글로벌화’된 자본주의는 ‘옆집 사람은 누군지 모르고 살아도 지구반대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산다’는 아이러니한 공식을 성립시켰다. 선생님은 이런 예로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의 핵심부품인 ‘콜탄’을 캐내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광산전쟁이 벌어지고, 원시림이 사라지며 야생동물들이 멸종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 3천813만 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그 중 2001년을 기준으로 소비된 휴대전화는 약 1천5백만 대, 이 가운데 60%인 9백만 대 가량은 신형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란다. 일부 재활용된 것을 빼면 820만대는 폐기처분 됐다.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1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중략) 휴대전화의 핵심부품으로 쓰이는 `탄탄 커패시터`의 원료인 `콜탄`을 캐내느라 아프리카의 숲이 뽑혀나가고 강바닥 곳곳에 구멍이 뚫린다. 전세계적인 휴대전화 수요폭등으로 콜탄 값이 10배나 뛰면서 콩고, 르완다, 알골라 등 내전 국가의 군벌들이 서로 콜탄 광산을 차지하고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 콜단 광산의 이권다툼 소용돌이 속에서 무려 500만 명의 주민들이 사망했다. 세계콜탄 매장량의 80%가 묻혀 있는 콩고는 고릴라의 지구상 마지막 서식지이기도 하다. 콜탄 채굴 열풍이 불면서 고릴라의 수가 지난 5년 동안 80~90% 줄어들었고, 코끼리를 포함해 야생동물 90%가 사라졌다. 우리가 멀쩡한 휴대전화 하나를 폐기하는 순간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생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이렇게 나의 작은 소비행동, 습관이 지구반대편에 살고 있는 생명(사람, 동물, 자연)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막상 하루하루 눈앞의 일들에 골몰해서 이런 현실에 무감각한 채로 살아왔다는 사실에 (모두들) 적잖은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국경을 비롯한 수 많은 경계들로 나뉜 우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집은 결국 하나이다. 우리 집,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체인지메이커 한 명 한 명의 작은 시도와 행동이 얼마나 소중한 지 느낄 수 있었다.
#2. 우리의 첫 걸음, 우리의 첫 사회적 기업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연관성을 알았다면,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세계화운동을 이끌어 온 <NO LOGO>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이렇게 말했다. “문제가 너무 거대해서 그냥 집에 앉아 TV나 봐야겠다는 느낌에 압도당할 때, 사람들은 시급성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개인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자센터장인 조한혜정 선생님도 러시아의 대(大)문호 톨스토이도 “다시, 마을이다”하셨나 보다. 모두가 글로벌을 외치지만(그리고 그 편이 훨씬 폼나고 멋있지만), 사실 나와 내 주변을 먼저 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한다면 근원적인 변화는 먼 달나라 얘기다. 사회적 기업은 시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를 ‘관계’를 통해 풀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고, 거대한 규모보다는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가려운 데를 싹싹 긁어주는 작은 조직을 지향한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적 기업이 우리 “마을”만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해도, 그 파급효과는 회오리바람처럼 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3. 강연이 끝난 후, 999클럽은 섭씨 99도?!
강연이 끝난 후 강한 호기심과 뜨거운 에너지의 소유자, 체인지메이커들은 김찬호 선생님께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현대 사회에서 '관계 지향적'삶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도시'의 '권력'을 어떻게 나누나요?” “공동체 대안 마을이 미래의 현실적 대안으로써 가능할까요?” “’시장'을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이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용할 수 있죠?”
다만 선생님께서 일정이 겹쳐 다음 강연을 가셔야 해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못다한 이야기들은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남은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질문과 ‘한줄적기’에 리플을 달며 관심사를 찾아 다닌 뒤, 그 관심사에 대해 모여 앉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쉬는 시간.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Yori단’의 샨티가 곱게 준비한 ‘맛이 귀엽게 간(?) 사과빵’을 먹으며 자유분방한 대화를 나눈 뒤, 다시금 잠시 밀쳐두었던 ‘기획서’를 잡고 앉았다. 앞으로 남은 1달 남짓한 시간 동안 어떤 식으로 기획서를 작업할 것인지, 그리고 업그레이드할 것인지에 대해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갈 만큼 숱한 고민과 아이디어들을 풀어놓았다.
#4. 나와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한 성찰.
*만일 당신이 우주가 되고자 한다면 당신의 마을을 노래하십시오, 이것은 문학에서 진리이고, 음악에서도 진리입니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진리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마을을 알아야만 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톨스토이
다시 톨스토이의 저 명언으로 돌아와보자.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뜨끔했다. 그때 대학교 3학년이던 나는, ‘글로벌인재 어쩌구’하는 표어들에 혹해서 방학마다 해외봉사 나가는 데 푹 빠져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 손님처럼 들렀던 그 나라, 그 곳에서 나는 정말 오래 깊이 남을 변화를 이루었을까? 결국 우리는 ‘밖’과 ‘남’에 대해서 공부하고 떠드느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행하는 힘, 이 가장 소중한 인간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거 아닐까?
부시가 어떻고 지구온난화가 어떻고 세계경제가 어떻고 다들 아는 것도 할 말도 많지만 정작 ‘나’와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글로벌 어쩌구하다가 다시 돌아와보면 이미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부터 관계지향적인 공동체, 살맛 나는 ‘우리마을’을 만들고, 세계인들이 그 마을을 보고 배울 수 있게 하고 싶다.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언젠간 꼭’ 만들어 볼 거다. (같이 하실래요?)
#5. 저의 텔레파시를 받아주세요~!
벌써 강의의 절반. 쇠는 달궜을 때 두드리라는 말이 순간 떠오른다. 이 순간, 최대한 깨어있고 열린 맘으로 적극적으로 준비를 할 때, 다가오는 기회들을 찾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맨날 사진을 찍는 위치에서(‘타자’의 시선) 한 보 떨어져 있다 보니 체인지메이커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음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그냥 직관상, 느낌상 이 사람들이 따스하니 좋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대되고,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남은 시간, 후회되지 않도록 우리 좀더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위치에서 마음을 나누어요. 전 열씨미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는데 답신이 별로 없어요. 활짝 열린 제 맘이 보이신다면 리플로 응답해주쎄요~^^~!
나도 지역, 마을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데.. 잘 읽었어요.^^
답글삭제잘 읽었어요 상큼님~
답글삭제지난 번에 하자센터에 가는 길에 야호언니께 듣고 느낀 점이 있는 부분이었는데 상큼님에게도 듣네요. (투펀치 씩스강냉이ㅋ)
참, 오타로 추정되는 것 발견했어요^ ^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박경화> 인용부분에서, 이 가운데 60%인 9천만 대 가량은, 의 9천만 대가 9백 만대가 아닐까 해요ㅋ
상큼님 포스트 항상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
루네님~세심한 오타체크 고마워요~ㅜㅡㅠ감동이야..흑흑
답글삭제투펀치 씩스강냉이도 귀여워요! 역시 풋풋한 세대,,ㅋㅋ
담주에 만나면 또 얘기 나눠요^0^*
와후!
답글삭제상큼의 포스팅 실력은 정말 어디가 끝인가요?
날이갈수록 정말 성큼성큼 크네요~
멋져요 상큼^^*
응답응답~!
답글삭제글귀 하나 하나 소중히 새겨갑니다*
상큼 멋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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